편의점·할인점 안 부러운 '슈퍼마켓 만들기'

“편리함도 할인도 슈퍼급으로”

: 노진섭 기자 (janews@joongang.co.kr)


월 매출 1억원 올리는 ‘코사마트’ 계몽점·대치점 운영 노하우 분석

서울 역삼2동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코사마트 계몽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 6시 무렵, 한 고객과 슈퍼 주인 사이에 재미있는 대화가 오간다. “목이 답답한데 뭘 마실까….” “사이다가 시원하잖아요. 하나 드려요?” “이 미역은 맛있나?” “아시면서…. 우린 맛 없는 건 안 팔잖아요. 제가 골라 드릴까요?”

두 사람의 대화에서 대형 할인점이나 편의점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느껴진다. 마치 한 식구끼리 하는 대화처럼 말투 안에 따뜻한 정이 묻어나왔다.

50평 남짓한 이 슈퍼마켓 매장은 총 4,000여개의 판매 아이템을 취급할 정도로 제법 큰 규모다. 직원 수는 사장인 문성진(41)씨를 포함해 4명이 일하고 있다. 강남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는 이점 말고는 점포의 입지는 갖가지 ‘악조건’을 떠안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슈퍼마켓의 최대 ‘천적’으로 꼽히는 대형 할인점(월마트)이 비슷한 시점에 문을 열어 불과 500미터 밖에 영업중이다. 또 한 블록을 두고 200미터 안에는 편의점 10여개가 난립하고 있어 웬만한 구멍가게는 발을 붙이기 힘든 실정이다.

일반 편의점(평균 20평)에 비하면 매장규모가 크지만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라서 짧다.

그러나 코사마트 계몽점은 2000년 개점 첫 해 평균 150만원이던 하루 평균 매출도 350만원을 넘어섰다. 한 달 매출은 얼추 1억원을 넘을 정도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그 비결을 꼼꼼히 따져보았다.


슈퍼마켓도 쉽게쉽게 가는 건 옛말. 경쟁력 있는 점포로 만들기 위해선 고객들의 소비 형태나 라이프스타일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할인점 특화상품 파악해 매일 할인 코너 운영


이곳에서 코사마트를 4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윤사장은 출근 길에 동네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 규격봉투를 유심히 살피는 것으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어느 소매점의 비닐봉투가 더 많은가를 보면 동네 주민들이 할인점을 많이 이용하는지 편의점을 많이 이용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근할 때는 쓰레기 봉투쪽에 눈을 고정시키는 것이 버릇이 돼버렸습니다.”

그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도 적진(?) 속으로 뛰어든다. 대형 할인점 앞에 비치된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집이나 가게를 놔두고 굳이 매장에서 500미터나 떨어진 할인점으로 매일 달려가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할인점은 그날그날 특화상품을 내놓습니다. 하루 동안 특정상품의 가격을 대폭 인하해서 판매하는 것이죠. 이것을 파악하지 않으면 우리 매장의 마케팅 전략도 짜기가 어렵습니다. 적을 알아야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는 할인점에서 판매중인 특화상품의 가격과 용량을 파악한 뒤 매장으로 돌아와 항상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해당 제품들을 진열한다. 때로는 원가보다 싼 값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판매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행사가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히 과일 같은 제품들을 밑지고 파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우리 슈퍼가 내놓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이 결코 할인점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기 위한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고객의 신뢰감을 얻을 수는 없으니까요.”

② 눈(目)마케팅
특정제품 싸게 팔면 연관 상품 매출는다


인근의 대형 할인점이나 편의점보다 슈퍼 제품의 가격이 오히려 싸다는 인식을 심어 주면 주민들도 굳이 다른 소매점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윤사장은 판단하고 있다.

“배추를 원가 이하로 팔면 당장 손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배추를 산 소비자가 양념도 사고 다른 야채나 고기도 구입하거든요.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고객들이 눈으로 대형 할인점 가격보다 싸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결국 ‘눈(目) 마케팅’이 최고죠.”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의 질과 가격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근감은 기본. 고객과 정겨운 이웃으로 통할 수 있는 것도 슈퍼의 강점이다.

③ 소비자 성향 파악
경쟁 점포서 많이 팔리는 제품들은 별도 코너로


윤사장은 지역 주민들이 대다수인 매장 고객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꼬박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할인점을 찾아간다. 윤사장은 “할인점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한다.

그가 매일 아침 동네 골목에 쌓인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느날 윤사장은 월마트가 찍힌 비닐봉투 안에 육류 포장용기나 비닐 포장지가 담겨 있는 것을 보고는 새로운 것을 깨닫기도 했다. 주민들은 보통 슈퍼에 없는 육류를 구입하러 가까운 슈퍼를 놔두고 할인점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매장 한켠에 미니 정육 코너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보통 할인점에서 고기를 대량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이틀 먹을 분량을 사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당장 먹을 만큼의 고기를 구입하는 데도 할인점을 찾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분 정도의 고기를 살 수 있도록 적은 량의 육류를 취급하기 시작했더니 동네 주부님들이 아주 좋아하시더군요. 저녁식사용 고기 반근을 사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달려오는 고객들이 늘어났어요.”

④ 고객의 구매욕 자극
슈퍼마켓선 계획 쇼핑보다 충동구매 많다


최근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슈퍼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있다. 윤사장은 “인근 편의점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발길을 슈퍼로 돌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소비자론’을 말했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은 쇼핑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특히 할인점,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매점들을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어디가 물건이 싸고, 많고, 좋은지 무의식중에 비교하게 됩니다. 이 점을 세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객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충동구매를 많이 합니다. 담배 한 갑, 파 한 단을 사러 매장에 왔다가 다른 물건까지 손을 댑니다. 그래서 그날그날 할인 상품 코너를 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쉽게 열리게 하는데 할인 코너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습니다.”

윤씨는 “편의점이나 할인점을 갈 때와 슈퍼마켓을 갈 때, 고객들의 쇼핑 마인드가 크게 다르다”고 말한다. 편의점과 할인점 쇼핑에서는 구입할 물건을 미리 적어 가는 계획 쇼핑이 대부분이지만 슈퍼마켓 쇼핑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할인점과 슈퍼마켓 간의 객단가나 매출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슈퍼마켓에서는 충동구매가 일어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사장은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⑤ 편의점 난립한 틈새공략
가격 경쟁력 내세워 충성고객 확보


윤사장의 슈퍼마켓이 의외로 선전을 거듭하자 최근에는 대형 할인점과 인근 편의점에서도 코사마트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매장 오픈 당시 이미 편의점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고, 불과 몇 달 전에 할인점까지 문을 열었지만 그는 슈퍼마켓 개점을 밀어부쳤다.

“편의점의 단점을 파악하면 슈퍼마켓도 얼마든지 자생할 수 있습니다. 젊은 소비층은 몰라도 일반 주부들은 할인점과 편의점보다 물건 값이 싸고 이용이 편리한 슈퍼마켓을 즐겨 사용합니다.”

아무리 24시간 영업 편의점이 많아도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거꾸로 이용해 윤사장은 편의점이 많은 입지를 일부러 선택했다는 것이다.

“저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인근 편의점들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 있는 똑같은 제품을 슈퍼마켓이 싸게 판다면 안 올 소비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⑥ 오피스다운 여직원 사로잡기
2000년 12월 코사마트 계몽점이 문을 열기에 앞서 윤사장은 대치동 포스코빌딩 뒤편에 또 하나의 슈퍼마켓을 개점했다. 같은해 7월에 문을 연 코사마트 대치점이다.

40평 규모의 대치점은 개점 당시 하루 매출이 80만원을 넘지 못할 정도로 운영이 어려웠다. 월세 250만원을 지불하기에도 벅찰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OL(오피스레이디)마케팅’을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상권을 따져볼 때 대치동 매장은 전형적인 오피스타운 입지다. 그는 슈퍼마켓이 반드시 주택가에 자리잡아야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심지역에서도 승부를 걸 만하다고 설명한다. 오피스타운은 보통 유동 인구가 많고 주변에 대형 상권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 특징. 소매점간의 경쟁이 치열해 슈퍼마켓의 존재를 알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윤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주변 오피스빌딩의 여직원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펼쳐 효과를 보았다. 그는 빌딩을 돌며 여사원들에게 스타킹과 전단지를 함께 나누어주면서 점포의 존재를 알렸다.

“한 빌딩에 여직원 2명만 확실한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면 빌딩 전체가 저희 고객이 됩니다. 여직원 단골고객을 통해 입소문이 빨리 나기 때문입니다.”

개점 초기 100만원도 안 되던 하루 평균 매출액은 4년 후인 지금 350만원으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고객들도 700명에 달해 객단가가 5,000원에 달한다. 편의점 객단가의 두배 수준이다.

⑦ 계절 마케팅에 충실하기
한여름엔 시원한 수박, 겨울엔 찌개류 진열


오피스타운의 슈퍼를 운영하면서 윤사장은 빌딩 1층에 있는 입주사들의 안내판을 유심히 살피곤 한다. 빌딩마다 입주해 있는 사무실에 DM을 넣는 것은 물론 새로 입주한 회사가 있으면 슈퍼마켓을 홍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피스타운의 소매점포를 운영하면서 윤사장이 터득한 노하우는 ‘계절 마케팅’의 필요성이다.

“직장인들이 절기마다 먹는 음식을 회사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복날이면 수박을 찾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이처럼 절기 음식을 미리 갖춰 놓으면 매출이 크게 늘어납니다.”

지난해 복날에도 윤사장은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수박 400통을 구입해와 대형 냉장고에 넣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의 점심 시간에 그 많은 수박들이 모두 팔려 나가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폭염 속 사무실에서 시원한 수박을 먹는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겨울철에는 차 종류와 수산물이 많이 들어간 찌개류를 판매하기도 한다.

⑧ 신규점포 성패는 3개월에 결판
하루 매출에 신경 쓰는 것보다 홍보로 승부해야


윤사장은 슈퍼마켓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로 초기 사업이라고 말한다. 개점 3개월 만에 성패가 가려진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인근 소비자들의 눈에 들지 않으면 좀처럼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3개월 동안 갖은 수단을 동원해 홍보함으로써 목표고객들의 눈에 익도록 해야 합니다. 이 기간에 심어진 인상이 오래 갑니다. 따라서 이 기간은 매출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홍보에 전력투구를 해야 합니다.”

그는 대치점의 경우 고정고객들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무선 카드 결제기까지 설치했다. 매장까지 찾아오는 고객들 말고도 사무실 배달이 많기 때문에 카드 결제에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한다.

⑨ 친근감이 최대 상술
어린아니 이름불러주고 며느리를 칭찬한다


윤사장은 슈퍼마켓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라고 단언한다. 할인점이나 편의점에 비해 1대1 대면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감동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체 생산 제품이 아니라면 편의점이나 할인점 같은 소매점 제품과도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윤사장은 제품 쪽보다는 서비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친절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백화점식 90도 인사법이 아니라 항상 살갑게 대하는 지역 서비스를 펼쳐 오고 있다. 그는 웬만한 동네 아이들의 이름까지 죄다 외울 정도다. 그만큼 손님을 가족과 같이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황이어서 장사가 더 잘 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소비자들이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대량구매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알사탕 하나라도 건네면서 이름을 불러 주면 소비자들은 마음을 누그러뜨립니다. 노인들에게는 그 집의 며느리를 칭찬하면 더욱 가까워지죠.”

⑩ 고객 라이프스타일 선도
삼각김밥 팔고 웰빙 코너도 만들어


일반 슈퍼들의 영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고 하자 윤사장은 “그냥 쉽게쉽게 가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고, 공급처가 제공하는 제품들을 쌓아 놓고 파는 식이다.

슈퍼마켓 점주들은 이러한 수동적인 영업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사장은 실제 편의점 못지않게 고객들의 소비 행태나 라이프스타일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이를 분석한다.

“저희 슈퍼마켓은 삼각김밥도 팝니다. 할인점·편의점에서 잘 팔린다 싶은 것은 항상 구비해 놓습니다. 또 최근에는 웰빙족이 뜬다는 보도를 접하고 유기농산물 등을 따로 내놓는 웰빙 코너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는 매장의 직원관리에도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적용시켰다.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영업시간에는 4명의 직원이 2교대로 매장을 지킨다.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지만 사장과 직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휴일을 챙긴다.

“편의점을 의식한다면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어야 하고, 그렇게 하면 매출이 늘 겁니다. 그러나 슈퍼마켓 사업은 반짝 장사가 아닙니다. 점주나 직원들이나 평소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운동도 하고 휴식을 취해야 더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Ella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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