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카로 살아남는 법> 소녀 '왕따' 메커니즘을 밝힌다
[조선일보 2004.09.02 12:41:39]
[조선일보 박은주 기자]베스트셀러인 로살린드 와이스만의 ‘여왕벌과 그 신봉자들:왕따, 험담, 남자친구 및 그 외 사춘기의 현실에서 딸이 살아남도록 돕기’를 각색한 ‘퀸카로 살아남기’는 학교라는 정글에서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소녀들의 속마음과 실제 생활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물론, 제대로 된 신랄함은 유머와 재치가 있어 보는 즐거움이 따라온다.

동물학자인 부모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다 처음 시카고의 한 고교, 즉 ‘학교’라는 곳에 발을 딛게 된 케이디 헤론(린지 로한). 열다섯 살 소녀들로 가득한 학교는 홈 스쿨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자기보다 미모가 나은 아이에게 본능적으로 굴복하거나 굴종하다, 반전의 기회를 잡으려 한다. 이때 무기는 적절한 이간질과 약올리기. 그렇지 않으면, 공부에 몰두하면서 ‘왕따’를 자초하며 그들로부터 아예 외면당하는 일이다.



케이디의 상대는 학교의 퀸카, 레지나(레이철 매캐덤스). 케이디는 등교 첫날 왕따를 당하며 화장실에서 점심을 먹는 딱한 처지지만, ‘재목’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아본 레지나는 3인방에 그녀를 끼워주며 ‘관리’를 시작한다. 그러나 곧 케이디가 자신의 옛 남자친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훼방 작전에 돌입. 그건 곧 영역 침범이므로.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케이디가 ‘레지나 죽이기’에 돌입하면서 진짜 나쁜 소녀의 얘기가 시작된다. 레지나를 이기려다, 그냥 닮고 만 케이디의 심리적 과정이 과장된 대사와 상황으로 쾌활하게 그려졌다. 다이어트제라 속이고 고칼로리 구호식품을 먹이고, 친구들을 이간질시켜 ‘외로운 여왕벌’을 만들어 놓는다. 얼굴은 잘생겼지만, 아무런 줏대 없는 남학생을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정글의 맹수들, 여학생들의 심리전에 관한 영화임을 숨기지 않았다. 심오함은 없지만, 날카로움이 영화의 매력.

이 영화 제목은 ‘금발이 너무해’의 고교생 버전쯤으로 보인다. 물론 원제 ‘Mean Girls(나쁜 소녀들)’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영화의 품질을 제대로 반영한 제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각색한 시나리오 작가 티나 페이가 수학교사로 출연했고, 연출은 ‘프리키 프라이데이’에서 소녀의 심정을 잘 꿰었던 마크 워터스. 3일 개봉.

(박은주기자 zeen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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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a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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