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나는 가면 쓰고 갑옷 입고 세상이라는 전쟁터로 나간다. 내 안에 있는 순수한 마음, 남을 믿는 마음,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마음을 억누르고 무관심과 무감각의 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한 다음, 삶이라는 커다란 용과 싸우러 나간다.
밥벌이를 위해 서둘러 걷고, 남을 의심하고 미워하고, 내가 한 발짝이라도 더 올라서기 위해 남을 무시하고 짓밟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오늘의 싸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내일의 계획을 짠다.
오늘의 행복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접어두고, 가끔씩 왠지 사는 게 서글퍼져 눈물이 날라치면 매몰차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딱딱한 갑옷 입고 총알 쏟아지는 적진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가면 없이 솔직하고 기쁨으로 노래 부르고 사랑하기 좋아하는 내 안의 아이는 참 살기가 힘들다.
(서강대교수·영문학 )
-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5>네 안엔 맑고 순수한 아이가 있지
입력 : 2004.07.06 17:56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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