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쥔 롯데 '꿀먹은 벙어리' 만든 007작전
“월마트코리아는 우리가 먼저 인수 의사를 밝혀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신세계 구학서(具學書) 사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월마트코리아의 인수 협상 막후 과정을 공개했다. 구 사장은 “지난 2월 월마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할 여러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 월마트 본사 채널을 통해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제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월마트로부터 긍정 반응이 나왔고, 고속협상을 통해 석 달 만에 인수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막대한 자금을 쌓아두고 ‘먹이’를 찾고 있는 롯데에 선수(先手)를 침으로써 이길 수 있었다. 구 사장은 “협상과정의 최대 걸림돌은 세금 문제와 공정거래위 기업결합 승인이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투자차익은 별로 없지만 혹시 세금 문제가 생기면 신세계측이 전액 부담해 줄 것과 공정위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계약금뿐 아니라 인수가격 전액을 위약금격으로 지불하라는 이례적인 요구를 했었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한국 정부에 대한 큰 불안감을 드러내 보였다”면서 “월마트를 성의 있게 설득한 끝에 세금은 당연히 월마트가 내고, 만약 공정위 문제가 발생하면 신세계가 계약금을 포기하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의 월마트 인수 뒷이야기
실탄 3兆있는 롯데 눈치챌까 마음 졸여
실탄 3兆있는 롯데 눈치챌까 마음 졸여
|
구 사장이 말하는 ‘월마트가 한국에서 철수해야 할 여건’은 두 가지. 하나는 롯데쇼핑이 상장을 통해 3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고 할인점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원화가치 상승이다. 즉 롯데쇼핑의 상장은 외국계 할인점 입장에서는 출점 경쟁에서 더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위기였지만 반대로 한국에서 제값을 받고 철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회였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마크로를 다소 비싸게 인수했다. 그러나 당시 환율은 달러당 1500원이 넘었다. 지금 940원대 환율로 보면, 투자금과 비슷한 값을 받고 나가더라도 달러 가치로는 큰 차익을 보는 셈.
구 사장은 “월마트가 국내 경쟁업체에 인수 의향을 타진하거나 경쟁업체가 매각 협상 사실을 알아내지 않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졸였다”고 전했다.
비밀 보장을 위해 월마트는 본사 이사회의 승인을 계약을 마친 이후에야 받았고, 신세계는 발표 직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승인을 받을 만큼 비밀 보장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한다.
구 사장은 “협상과정에서 살펴본 월마트는 세계 1등 업체다웠다”고 말했다. 비밀 보장도 보장이지만 직원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다는 것. 마지막까지 고용승계 보장 문제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한국인 임원 3명을 중국 월마트로 데려가겠다는 뜻까지 밝혔다고 전했다.
입력 : 2006.05.25 22:56 29' / 수정 : 2006.05.26 10:53 19'
<script language=Javascript>fontSet();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성 채워 신세대 공략… 편의점 베스트셀러로 (0) | 2006.07.20 |
---|---|
반도체보다 돈되는 음식산업, 우리는… (0) | 2006.07.13 |
[IT] 구글정신 (Google Philosophy) (0) | 2006.05.31 |
[문화] 스타워즈 3편? 유즈넷에 가봐 (0) | 2005.05.26 |
[경영] 상행 에스칼레이터 오른쪽이 '명당' (0) | 2004.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