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하늘로 돌아간 지상의 별들 <해외>
입력 : 2004.12.23 18:19 41' / 수정 : 2004.12.23 18:26 12'


■해체론의 아버지

해체주의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철학자 자크 데리다(74)가 10월 9일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난해한 철학으로 일세를 풍미한 데리다는 플라톤 이후 서양 철학사 및 지성사의 여러 사상과 철학을 해체하며 주목받았다. 전통적인 텍스트 읽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텍스트에는 저자도 이해하지 못하는 다극(多極)적 의미가 들어있다고 전제하면서 해체론이라는 혁신적인 사유 방식을 도입했다. ‘차이와 반복’ ‘그라마톨로지’ ‘마르크스의 유령들’ 등 수백 권의 저서를 남겼다.



■영화배우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영화배우에서 대통령 자리에 올라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던 로널드 레이건(93) 전 대통령이 6월 5일 캘리포니아주(州) 자택에서 타계했다. 1981년부터 8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풍부한 유머감각과 겸손함으로 사랑을 받았으나, 퇴임 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10여년간 병마와 싸우다가 6월 5일 93세를 일기로 숨졌다. 경제력을 통해 미국을 재건한다는 ‘레이거노믹스’를 추진, 경제호황의 발판을 마련했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열어 냉전시대의 종식을 견인해 냈다.



■끝내 좌절안한 '영원한 슈퍼맨'

‘영원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10월 10일 52세를 일기로 뉴욕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1978년 ‘슈퍼맨’ 주인공으로 발탁됐을 당시, 명문 코넬대 학력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미남 배우 리브는 슈퍼맨처럼 완벽해 보이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1995년 낙마(落馬) 사고로 하루아침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이후 9년간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지만 “장애가 내 삶의 방식을 결정짓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재활 치료에 임해, 죽기 전까지 신체 70% 이상의 감각을 되찾았다. 리브는 부시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중단한 것을 규탄하며 황우석 박사 등의 줄기세포 연구를 강력 지지하기도 했다.



■팔 독립의 빛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야세르 아라파트(75) 팔레스타인 국가 수반이 11월 11일 프랑스 파리 교외의 페르시 군병원에서 숨졌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팔레스타인 독립 운동에 투신했으며, 1969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을 거쳐 199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초대 수반이 됐다. 1993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의 길을 열었다. 이 공로로 1994년 라빈 총리,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1월

▲로이드 부커(76)=1968년 북한에 의해 나포된 미국 첩보함 푸에블로호의 함장으로, 82명의 부하들과 함께 1년여 가까이 포로로 잡혀 있다가 귀국했었다. 28일

▲노먼 히틀레이(92)=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건진 페니실린의 양산 방법을 고안, 옥스퍼드대학에 처음으로 페니실린 제조공장을 세웠다. 17일

■3월

▲줄리아나(94)=‘폐하’ 호칭을 ‘마담’으로 바꿔부르도록 하고, 수퍼마켓에서 직접 쇼핑을 하며 행인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등 국민들에게 스스로 다가간 네덜란드 여왕. 20일

▲셰이크 아메드 야신(66)=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단체인 하마스(Hamas)의 창설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로,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헬리콥터의 표적 공습으로 숨졌다. 1938년 팔레스타인 알 주우라 마을에서 출생한 야신은 12살 때 머리를 다쳐 팔·다리가 모두 마비됐으나, 휠체어에 의지한 상태에서도 반(反)이스라엘 투쟁에 앞장서 팔레스타인인뿐 아니라 아랍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22일

▲앨리스테어 쿡(95)=영국 BBC방송의 최장수 해외특파원으로, 시사·역사문제 라디오 프로그램 ‘미국에서 온 편지’를 58년 동안 진행한 전설적 방송인. 29일

▲피터 유스티노프(82)=1951년 영화 ‘쿼바디스’에서 네로 황제역을 맡았던 영국의 저명한 배우 겸 극작가. 유엔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28일

■4월

▲요코야마 미쓰테루(69)=만화와 애니메이션 ‘요술공주 새리’ ‘철인 28호’ ‘바벨 2세’ 등의 원작자로, 1970년대 일본 만화계를 풍미하며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15일

▲노리스 맥훠터(78)=인간과 자연의 경이로운 기록을 보전하겠다며 1955년 쌍둥이 형제 로스와 함께 기네스북을 만들었다. 37개 언어로 번역돼 1억권 이상 팔렸다. 19일

▲에스티 로더(97)=미국의 화장품업체 ‘에스티 로더’의 창업자. 부엌에서 직접 만든 미용 크림으로 1946년 ‘에스티 로더’를 창업한 로더는 “일을 시작한 이래로 아무것도 팔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고 할 만큼 뛰어난 판매수완을 발휘해 오늘날 ‘에스티 로더’를 연간 매출액 47억달러의 거대 브랜드로 키워냈다. 24일



▲ (왼쪽부터)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가, 말론 브란도 영화배우, 줄리아나 여왕, 레이 찰스 가수, 청성선 수학자.
■5월

▲움베르토 아그넬리(69)=이탈리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피아트사의 회장. 지난해 열세 살 위인 형 조반니가 사망한 뒤 강력한 리더십으로 누적 적자로 고통을 받고 있던 피아트를 회생시켰으나 암으로 사망했다. 27일

▲아치볼드 콕스(92)=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특별검사. 하버드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3년 워터게이트 담당 특별검사로 임명돼 백악관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구하는 등 소신있는 수사를 펼쳤다. 29일


■6월

▲레이 찰스(74)=미 흑인 음악의 거장. 일곱 살 때 시력을 완전히 잃고 열다섯 살에 부모를 모두 잃었지만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자 가수로서 솔(soul)을 기반으로 거의 모든 영역의 음악에서 빛을 발했다.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 ‘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 같은 명곡을 남겨 그래미상을 12차례 수상했다. 12일


■7월

▲말론 브랜도(80)=‘대부’의 돈 콜레오네 역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 ‘대부’(1972)와 ‘워터 프론트’(1954)로 두 차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1951), ‘애꾸눈 잭’(1961),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지옥의 묵시록’(1979) 등에 출연했다. 1일

▲카를로스 클라이버(74)=독일의 전설적 지휘자. 베를린 필하모닉 등 특급 악단의 영입 제안도 거절하고 음악적 자유인으로 살았다. 그가 지휘한 ‘브람스 교향곡 4번’ ‘베토벤 교향곡 5번, 7번’이 걸작으로 꼽힌다. 6일

▲스즈키 젠코(93)=전 일본 총리. 1980년 7월부터 2년 4개월간 총리를 지내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일 공동성명에 ‘일·미 동맹관계’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명기하며 양국 군사협력 관계에 전기를 마련했다. 19일

▲프랜시스 크릭(88)=1953년 36세의 나이로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구조가 이중 나선형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그 공로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28일

▲토마스 클레스틸(71)=오스트리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성사시킨 대통령.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외교관으로 출발, 주요국 대사를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6일

▲아라이 아키라(新井明·79)=1988년 이후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사 사장·회장으로 재직하며 발행부수 300만부 돌파, 해외 인쇄망 확대 등 신문사 사세를 크게 확장시켰다. 28일

▲벨라 레비츠키(88)=미국 현대 무용계의 선구자이자 안무가. 1951년 매카시즘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고, 1966년 자신의 무용단을 창단해 미국 현대무용의 새 길을 개척했다. 16일


■8월

▲앙리 브레송(96)=1930년대 이후 스페인 내전, 중국 공산혁명, 1968년 프랑스 학생운동 등 20세기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전설적 인물. 3일

▲페이 레이(96)=1933년의 고전 영화 ‘킹콩’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킹콩에게 붙잡혀 있던 여주인공으로 명성을 얻은 미국 배우. 잠을 자다 조용히 사망했다. 9일

▲엘머 번스타인(82)=영화 ‘십계’와 ‘황야의 7인’의 영화음악 작곡가. 2002년 ‘파 프롬 헤븐’을 포함, 통산 14회나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으나 1967년에 딱 1회 수상했다. 18일.

▲로라 브래니건(47)=1982년 데뷔 앨범 타이틀곡 ‘글로리아’로 36주간 팝차트 1위에 올랐던 미국의 여성 팝가수. 모두 7개의 앨범을 발표한 뒤 뇌동맥류로 사망했다. 28일


■9월

▲프랑수아즈 사강(69)=프랑스의 여류 소설가이자 극작가. 19세에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문단에 데뷔, 프랑스 최고의 인기 작가로 활동했다.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담담한 필치로 묘사해 독특한 권태로움을 자아내는 문체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표작으로는 ‘어떤 미소’(1956),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 ‘뜨거운 연애’(1966) 등이 있다. 그러나 말년에는 마약복용혐의로 두 차례 기소되고,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24일




▲ (왼쪽부터) 로라 브래니건·가수, 움베르토 아그넬리 피아트社 회장, 셰이크 야신 하마스 창설자, 요코야마 마스테루·만화가, 앨리스테어 쿡·방송인
■10월

▲앨리스(102)=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숙모이자 영국 왕실의 최고령 공주. 영국 왕실의 큰어른으로 대내외 활동을 주관했다. 젊은 시절 모험 여행을 즐기는 등 활발한 성품이나 1972년 맏아들 윌리엄 왕자를 비행기 사고로 잃고 2년 뒤 남편과 사별하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29일


■11월

▲자이드 알 나하얀(86)=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통령. 아부다비의 국왕으로 1971년 UAE 건국을 주도한 이후 30여년간 아랍에미리트를 통치해왔다. 2일

▲마틴 M 캐플런(89)=선구적인 보건의학 전문가. 50여년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염병 예방에 힘써왔으며, 국제 평화운동단체 ‘퍼그워시회의’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16일


■12월

▲천성선(陳省身·93)=중국 출신의 세계적 수학자.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보여 25세에 독일 함부르크대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울프상을 수상했다. 3일

▲장팡량(蔣方良·88)=장징궈(蔣經國) 전 대만 총통의 부인. 러시아 이름은 파이나(Faina)로 1935년 구소련에 유학 중이던 장징궈 전 총통과 결혼한 뒤 남편과 시아버지인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을 따라 대만으로 건너왔다. 15일

Posted by Ella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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